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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군 683기 수송병에 입대하며...

유빼시 2022. 4. 20. 17:5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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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는 5월 9일 오후 2시 나는 해군 수송병으로 입대한다. 솔직히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군대를 가게 된다는 게 전혀 실감은 나지 않는다. 군대를 뭐 본 적이 있어야지, 기껏해야 진짜사나이 그리고 아버지의 경험담인데. 이따금씩 집 근처를 돌며 군부대들을 보곤 하는데 뭐랄까, 저기에 내가 곧 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되질 않는다. 군대 가서 사람들과 잘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. 이게 초등학교, 중학교, 고등학교 때처럼 뭣도 모르게 어느 순간 갑자기 친구들과 친해져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. 근데 나만 이런 건 아닐 거다. 다 처음이고, 다 어수선하고 어색할 거니까. 그 어색함 속에서 누군가가 발화를 시켜주면 여느 학창 시절과 다름없이 모두들과 친해지지 않을까? 선임 또는 조교들과의 관계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. MBTI를 보니까 INTP더라. 꼰대들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 중 하나라고... 덕분에 학창 시절 때 틀 속에 꽉 틀어막힌 선생님들을 상대하면서 아주 애먹었다.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들도 엄청 생겼었고. 어쨌든 이런 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, 일단 군대에 가서 조금 삐뚤어진 조교 또는 선임들을 만날 때 십중팔구 스파크가 일겠구나라는 직감이 온다. 물론 학창 시절 때보다는 훨씬 덜할 거라 예상은 된다. 아무래도 아버지께 군대에 대해 들어온 게 있다 보니, 군대에서 이의제기 한번 잘못했다가는 뭔가 찍히거나 훅 갈 것 같은 그런 느낌.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인데, 수송병으로 입대하면서 너무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싶기도 하다... 어차피 가면 죽어라 하고 해야 될 게 운전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다. 아 참, 그리고 우리 아버지께서 운전을 꽤 잘하시는데, 수송병 출신이면 다 운전을 잘하는가 보다. 주변에 운전병 출신을 아버지 빼고 못 봤어서 폭넓게 추측하지는 못하지만, 곰곰이 생각해보면 군대에서 밤낮으로 운전만 하는데 운전실력이 안 늘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. 하물며 그것 또한 부대의 일원으로서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거니 군기가 바짝 들어서 나중에 차 몰 때 큰 무리는 없겠다. 나도 운전을 좋아하긴 하지만, 운전을 하는 데 있어서 누가 감시를 하거나 운전이 일적으로 바뀐다면(화물, 택배 등)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 같아서 살짝 수송병에 대해 걱정이 된다. 아버지께서 가족여행을 갈 때 자주 나에게 운전대를 줘 오셨기에 웬만한 곳들은 무리 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, 지금까지 난 단 한 번도 혼자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다. 그러니 당연히 난 보험 또한 없었고(비록 장거리 운전 때는 일일 보험이었지만). 혼자 운전할 때는 또 길을 한 번씩 잘못 들거나 할지 모르겠다.

아무튼 4월 20일 현재 나의 마음가짐은 이러하지만, 5월 초쯤에 다시 쓰게 될 나의 심정은 또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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