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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군 683기 수송병에 입대하며...(2)

유빼시 2022. 5. 3. 15:3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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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번째 쓰는 입영 일주일 전 나의 심정이다.

솔직히 입영 2주 전만 해도 굉장히 멀게 느껴졌었는데, 이제는 코앞이다. 점점 일상에서의 익숙함이 낯설게만 느껴진다. 집에 들어가면 항상 부모님이 계시고, 난 내 방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컴퓨터를 켜서 유튜브를 시청하고... 거의 군휴학 하고 난 이후 쭉 이와 같은 생활을 지속해 왔다. 그런데 어느새 돌아보니 벌써 입영 6일 전이다. 진짜 어떡하지? 내 주변 친구들 중에 간 애들도 있고 안 간 애들도 있는데,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간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말로 남의 얘기 같았다. 그런데 이제는 내 미래 얘기로 들린다. 죽어도 군대 가기 전까지 절대 긴장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, 긴장은 고사하고 초조함이 밀려오기 시작한다. '군대 가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되지?', '아무 것도 안 했는데 막 갈구진 않겠지?', '군대 내 악습 같은 건 다 없어졌겠지?', '혹시라도 마음이 안 맞는 친구들이 많으면 어떡하지?', '통화 시간 주면 무슨 얘기 하지?', '운전 도중에 속도위반, 신호위반, 교통사고 나진 않겠지?' 등등... 반면 운전에 관심이 많은 나이기에, 수송병으로 가면 꽤나 재밌는 군생활을 할 수 있을 것도 같긴 하다. 아무래도 육군 보병 가는 게 죽기보다도 싫었던 나였으니까. 애초에 지금까지 많은 군대 내 사고, 이를테면 총기난사, 따돌림으로 인한 자살, 각종 악습으로 인한 내부고발 등 이런 것들로 인하여 나에게 있어서 군대는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고 시덥잖은 것 중에 하나였다. 그와 동시에 나는 절대 후임들에게 못 되게 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굳게 먹었고. 어차피 다 힘든데 굳이 더 힘들게 갈굴 이유가 없다. 힘들 때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. 고민이 있다면 고민도 들어줄 것이고, 친구처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선임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이다. 물론 도가 지나치는 행동을 하면 그에 대한 질책은 해야겠지만 말이다.

입영이 얼마 남지 않아 여러모로 생각이 깊어져서 말이 약간 다른 길로 샌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, 아무튼 상급자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며 지낼 예정이다. 마음가짐을 그렇게 먹어놓았다. 성격상 틀에 박힌 걸 싫어하긴 하나, 그렇게 틀에 박힌 것에 대해 오목조목 따지다가 욕 들어먹는 게 훨씬 더 자존심 상해서...

과연 작금의 해군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되었을지 궁금증을 품으며 이만 끝을 내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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